[마이데일리 = 조건호 기자] 루마니아 프로축구리그는 국내 팬들에게 낯설다. 하지만 그 곳에도 자랑스러운 한국인 선수가 활약중이다. 오첼룰 갈라치에서 활약중인 김길식(29)은 혈혈단신으로 루마니아에 건너가 그곳에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선수로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UEFA컵 대회에 출전하면서 새로운 축구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김길식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축구 인생과 루마니아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희망찬 목소리로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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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식은 2001년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4순위로 지명돼 전남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 데뷔부터 끝없는 부상과 재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2004년 결국 부천으로 팀을 옮겨야 했다.
부천행은 그에게 전환점이었다. 2004년 뒤늦게 K리그 주전 선수 반열에 오른 그는 2005, 2006시즌 부천과 제주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2007년 FA가 된 김길식은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더 많은 경험을 원했던 그는 낯선 땅 루마니아로 건너가 오첼룰 갈라치에 입단했고 유럽에서의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 처음에는 루마니아의 힘든 주변 여건에 실망해 포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 라고 고백한 그는
내성적이었던 성격마저 변화시켜가며 루마니아 축구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결국 처절한 노력은 빠른 현지 적응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루마니아리그의 주목 받는 외국인 선수 중 하나로 꿈을 이뤄가고 있다.
다음은 김길식과의 인터뷰 전문
- 많은 팬들이 루마니아 진출의 계기를 궁금해한다
" 작년에 제주와 계약이 끝난 후 재계약 요청이 들어왔다. 내 미래와 축구를 생각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랬더니 제주에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외국 어느 나라라도 일단 나가려고 생각하던 중 루마니아에서 기회가 찾아와 오첼룰 갈라치와 계약을 하게 됐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 땅을 밟았다 "
- 루마니아리그와 소속팀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 루마니아리그에서는 외국인들이 1~2달 뛰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완전한 생존 게임이다. 지금도 테스트 기간이라고 보고 있고, 당장 못하면 내일이라도 이곳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을 무척 떠받들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 후 회식을 가도 외국인 선수들은 예외로 쳐준다. 하지만 루마니아에서는 그런 것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 게임 끝나고 모두가 레스토랑으로 회식을 가는데 참석하지 않으면 '킴(Kim)은 대체 어디 갔어?'하며 큰 소동이 벌어진다. 구단과 선수들도 내가 루마니아어로 이야기하기를 바라고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
- 최근 허리 부상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 같은데
" 허리는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원정경기 상황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비행기를 타기도 하고 이동 거리도 길지 않은데, 여기서는 버스 타고 12시간 정도를 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서 다음날 시합을 한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어진 현실이니까 적응하겠다고 생각했다 "
- 힘든 원정경기가 됐을 것 같다
"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원정만 가면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 선수로 여기에 온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하자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버텼다 "
- 운동을 하는 여건은 K리그보다 못한 것 같은데
" 환경은 떨어지지만 축구를 위한 시스템과 축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한국보다 훨씬 낫다 "
- 프로 선수로서 금전적인 문제도 고려할 수 밖에 없었을 텐데
" 사실 한국보다 연봉도 더 적게 받고 왔다. 돈을 생각했으면 이곳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네아가도 한국에서 받던 돈의 1/5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수 생활을 끝내도 나의 미래에는 축구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직 축구 하나만을 보고 이곳에 왔다. 사람들은 내가 유럽에서 고급차 끌고 다니며 멋지게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웃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
- 축구적인 면은 그래도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 물론 축구만 보면 너무 멋지게 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릴 때가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와이프에게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나의 축구 인생을 이해해주고 지원해줘서 언제나 고마운 마음 뿐이다 "
- 다른 환경적인 문제는 어떠한가
" 사실 잘사는 나라인 한국에 있다 이곳에 와서 처음에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죽하면 '너무 심하다, 도저히 못해먹겠다!'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축구 선수가 운동만 해도 벅찬데 구단에서 해주는 것이 너무 없었다. 무슨 요구를 하면 '킴(Kim)! 오케이. 기다려라. 곧 해주겠다'고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다. 지금은 많이 적응해서 모든 것에 순응하며 받아들이고 있다(웃음). 아까도 말했지만 축구를 하는 환경만을 생각하며 버텨오고 있다. 축구에 관련된 것만큼은 무척 훌륭하니까 "
- 생소한 루마니아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 와이프와 함께 책을 보며 열심히 공부한다. 구단에서는 내가 루마니아어를 쓰지 않으면 무척 싫어한다. 감독도 선수들에게 시합 중에도 루마니아어를 쓰라고 한다. 선수들이 따르지 않으면 호통을 친다. 심지어 '루마니아어를 쓰지 않으면 경기에서 빼버리고 집에 보내버리겠다!'라고 소리 칠 정도이다. 가끔은 내가 외국인 선수인지 루마니아 현지인인지 구별이 안될 때가 있다 (웃음). 하지만 어쩌겠나? 루마니아에서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문화를 따라야 한다 "
- 오첼룰 갈라치 구단의 분위기는 어떤가
" 사실 선수 수당도 제대로 안 나오고 힘든 상황이다. UEFA컵 진출을 확정 지었던 인터토토컵의 예를 들어주겠다. 터키의 트라브존스포르는 승리 수당으로 2000만원을 내걸었는데 우리 구단은 그에 1/6정도에 해당하는 수당을 내걸었다. 하지만 갈라치 선수들은 굉장한 친구들이다. 그런 문제를 떠나 정말 순수하게 축구를 생각하며 혼신을 다해 공을 차기 때문이다. 나 역시 유럽의 강팀들과 이렇게 경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참고로 UEFA컵 진출 수당은 아직도 못 받았다(웃음) "
- 좀 더 안정적인 팀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가
" 그런 마음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적이 내가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단은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뛸 생각이다. 인터넷을 통해 김호 감독님이 쓰신 글을 봤다. 젊어서의 고생이 미래에 큰 힘이 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도 경험을 쌓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
[루마니아 오첼룰 갈라치에서 활약중인 K리그 출신 김길식. 사진〓믹마켓 김병수 대표]
(조건호 기자 pompey1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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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선수 김길식...^^ 그냥 그런 선수인줄알았는데....
축구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남들이 하지않는 도전을 시작하는 그...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부디 그곳에서 성공하셔서 원하시는 더 넓은 무대에서 땀을 흘리시길...
10년간 부천서포터인 어느 한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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