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부욜의 토마토 축제

“바모스 데 피에스타Vamos de Fiesta!” 축제 또는 파티에 가자는 의미로,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 구호와도 같은 이 말이 아침 7시부터 발렌시아의 중 앙역에울려퍼졌다. 일명 ‘토마토 전쟁’으로 불리는 부뇰Buñol의 토마토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첫 기차에 오른 전사들의 외침이다.

왜 토마토 전쟁이냐고? 1994년 토마토 값 폭락에 성난 농부들이 시의원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에서 유래한 것처럼, 약 10만 kg의 새빨간 토마토를 서로 던지고 뒤집어쓰는 광란의 사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다시 겪고 싶지 않다’ ‘이젠 토마토 냄새가 역겹다’ 등 악평 또한 높기에 부뇰로 향하는 기차 안은 긴장감마저 감돈다.

하지만 40여 분 후 부뇰 역에 도착해 축제가 열리는 중앙 광장Plaza Mayor에 이르는 동안 흥겨운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고 만다. 거리 곳곳에는 토마토 축제 티셔츠와 물안경, 수중 카메라를 파는 좌판과 스페인식 오믈렛인 토르티야, 샌드위치인 보카디오 등의 요깃거리와 맥주를 파는 음식판, 술판이 벌어진다. 잠시 후 벌어질 전투를 위해 맥주 한 잔은 우황청심환과도 같은 것.

맥주를 마시며 재치 발랄한 코스튬을 뽐내는 멋쟁이들을 감상하다 보면 광장으로 모일 시간인 10시가 다 된다. 골목 하나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부뇰’을, ‘토마티나’를 외친다.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부뇰 주민들은 건물 위에서 연신 차가운 물을 뿌려댄다. 기름을 바른 통나무에 올라가 햄을 따는 식전 행사가 끝날 무렵이면 열기는 극에 달한다.

축제는 11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바로 그때 토마티나의 주인공인 트럭이 모습을 드러낸다. 발 디딜 틈 없는 골목으로 대형 트럭이 헤집고 들어오는데 천천히 다가오는 트럭 위에는 호피 무늬 가죽을 걸친 야성적인 남자가 허리를 돌리며 윙크를 하는 동시에 묵직한 토마토 덩어리가 머리 위로 쏟아지며 전투가 시작된다. 토마토의 붉은 빛은 황소뿐만 아니라 사람도 날뛰게 한다. 머리 위로는 토마토가 날아다니고 아래로는 케첩처럼 뭉근한 토마토 잔해가 발목까지 차오른다. 처음엔 이색적인 광경에 재미나다가도 한번 세게 맞으면 공포심이 느껴지는데, 특히 동양 여자는 집중 표적이된다. 옷을 찢지 말아야 하고 토마토는 으깨서 던져야 하는 게 규칙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한 시간만 견디면 토마토 전쟁은 끝이 난다. 각자가 처한 전투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한 번쯤 겪어볼 만한 축제’라는 결론이 나온다. 전투가 무섭다면 골목 끝에서 살짝 맛만 보면 된다. 토마티나 축제는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부뇰은 발렌시아행 기차나 버스로 40여 분 소요되며, 첫차는 7시경에 출발한다. 10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토마티나를 200% 즐기기 위한 체크 리스트 물안경과 수중카메라 토마토에 맞아 피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다면 둘 다 준비할 것. 흰색 의상과 수영복 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드레스 코드를 맞추는 건 필수. 옷이 뜯어지는 것을 감안해 헌옷을 준비하고 안에는 잘 벗겨지지 않는 수영복을 착용할 것. 축제 후 깨끗이 씻는다 토마토 잔해를 깨끗이 씻지 않으면 승차 거부를 당한다. 축제가 끝난 후 주민들이 물을 뿌려주니 이를 이용하거나 역 앞에 마련된 샤워 시설을 이용할 것.